한국은 2014년 제왕절개 비율이 36.9%에서 2020년 제왕절개 비율은 59.9% 입니다. 이렇게 제왕절개율이 늘어난 이유가 뭘까요? 일부에서는 노산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단순히 노산 증가라고만 보기는 어려운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노산은 한국에서만 증가하는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니까요.
국내 제왕절개율 60%인건 정말 압도적이긴 하지만 사실 해외에서도 제왕절개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자연분만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이유일거 같아요. 자연분만이 제왕절개에 회복도 빠르고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진통이 언제 올지, 얼마나 진통해야 아기를 낳는지 모르고, 자연분만을 끝까지 못하고 진통하다가 수술할수도 있는 불확성이 있죠.
하지만 이것 뿐 일까요? 저는 분만시스템과 국가적인 차원의 복지문제도 있다고 봅니다. 몇몇 나라의 사례와 국내를 비교해서 살펴보도록 할께요.
저는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캐나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홍콩 등 다양한 국가에 살고 있는 임산부들에게 지난 6년간 산전코칭과 출산교육, 원격둘라를 제공해왔습니다. 제가 놀란것은 국내와 다른 국가들의 분만시스템이 너무 다르다는 겁니다. ( 국가별 제왕절개율 https://www.bellybelly.com.au/birth/highest-c-section-rates-by-country/ )
| 출산은 무료! 신생아실이 따로 없는 유럽
유럽의 경우를 먼저 살펴볼께요. 프랑스에서 아기를 낳는 경우 무통주사 자궁경부가 3cm 이상 열려야 맞을 수 있어요. 이건 국내와 비슷하죠. 하지만 국내 자연분만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금식후 정맥주사, 회음부 절개, 제모 이런거 안하니까요.
병원에 입원하면 무조건 금식하는 국내와 달리 밥을 먹을수 있어요. 산모 입장에서는 훨씬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고 나중에 아기 푸쉬할때 힘주는것도 더 잘할수 있죠. 그리고 매번 이렇게 할건데 괜찮은지, 몇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렇게 할건지 저렇게 할건지 선택지를 산모에게 줘요.
신생아 실이 따로 없고 무조건 모자동실 입니다. 아기 건강상태에 큰 이슈가 없는 이상 엄마와 2박 3일을 함께 보내고(자연분만의 경우) 퇴원해요. 그리고 수시로 캥거루 케어(skin-to-skin)을 하게 합니다. 모유수유가 잘될수 밖에 없죠.
| 프랑스 출산율은 1.8명, 한국은 0.8명,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프랑스는 출산율이 매우 높아요. 그 이유는 출산하는데 돈이 안들고, 사교육에 크게 신경안쓰고, 다양한 복지 혜택이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2020년 기준 출산율을 비교해보면 프랑스는 1.8명, 한국은 0.8명입니다. 프랑스가 이렇게 많은 출산율을 유지하는 이유는 프랑스 문화때문이기도 한데요. 동거 중이거나 미혼인 상태에서 출산하는 비율이 한국은 2%인데 반해 프랑스는 전체의 62%라고 합니다.
| 출산율이 오르고 있는 독일, 그 이유는?
독일은 1.3명까지 떨어진 출산율이 다시 1.58명(2018년 기준)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난민 이주를 이유로 꼽기도 하지만 고령출산이 늘어난 것이 출산율 상승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는 출산비용이 들지 않아요. 뿐만 아니라 임신, 출산 관련 의료비, 산모에게 필요한 마사지, 물리치료까지 모두 무료에요.
독일은 이 뿐만 아니라 출산한 여성에게 가장 큰 이슈가 되는 ‘경력단절’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실직적으로 해결하고 있어요. 우선 법적으로 출산예정일 6주 이전부터 출산휴가를 낼수 있고, 아이성별에 상관없이 육아휴직은 최대 3년, 출산휴가 14주 동안 월급 100%달하는 실수령액을 받고, 마지막으로 자녀가 만 18세 될때까지 자녀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복지가 어마어마 하죠.
| 국내 제왕절개율이 증가하는 이유
다시 국내의 출산환경을 한 번 짚어 볼께요. 출산율 0.8명, 제왕절개율 50%육박, 자연주의 출산을 고민하는 분들은 비용의 허들이 너무 높고, 자연분만을 고민하는 분들은 진통이 무서워요. 이건 산모의 멘탈이나 선택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반적인 병원분만 시스템은 산모의 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소들이 많아요. 잦은 내진, 금식, 꼼짝없이 누워서 진통해야 하는 환경, 회음부 절개 등 출산하기 힘들죠. 서울이나 경기도를 제외한 지방에 사는 임산부는 아기를 낳기위해 최소 1-2시간은 차를타고 병원에 가야 합니다. 진통시작후 1-2시간이 지난다고 금방 출산하는 건 아니지만, 진통중인 산모에겐 너무 부담스럽고 불안할 수밖에 없죠.
자연분만이 회복도 빠르고 엄마와 아기에게도 좋다고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출산후기는 죄다 죽을뻔 했다, 하지마라, 두번째는 제왕절개 하고싶다는 후기가 가득해요. 물론 너무 잘 낳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순산한 산모들은 후기를 잘 안 씁니다 ;^^
출산율이 줄어드는 바람에, 소아과와 산부인과를 개원했던 의사들도 폐업하고, 대학병원에선 해당과에 지원하는 의사들도 줄고, 2015년생 이후 아이들 수가 급격히 줄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까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엄마들이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이유가 자연분만이 두렵고 그에 대한 불확실성 또는 진통하다가 수술할수도 있는 가능성 때문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달라도 너무 다른, 산모의 스트레스를 높이는 병원 분만환경도 한 몫 하는 게 아닌가 싶구요. 또 선택제왕절개가 많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적 분위기가 마치 대세처럼 그렇게 흘러가는 것도 있는 듯해요. 애초에 콘푸레이크는 요양원에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음식이었지만 어느 순간 아침식사 대용이 되어버린 것 처럼 제왕절개가 마치 가장 좋은 출산방식으로 오인되는 겁니다.
| 왜 자연분만을 하려고 해? 제왕해?
얼마전 자연주의 출산을 하는 산모가 제게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주변에 아무도 자연분만한 지인이 없다고. 다 제왕이라고. 심지어 왜 자연분만을 하려고 하느냐 제왕절개가 얼마나 좋은데 사서 고생하려고 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선택제왕을 하면 정해진 날짜에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출산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의료기술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수술후 회복이나 후유증은 오롯이 산모가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은 당사자들만 겪고 있는 문제들인 것 같아요. 제왕절개가 자연분만보다 훨씬 감당하기 나은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지만 정말 그럴까요?
제왕절개율이 50% 넘는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제왕절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12년 전에 자연주의 출산을 하고 1-2년 뒤에 자연주의 출산이 방송을 타고, 관련 책이 나오고, 잠깐이나마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는 마치 자연주의 출산이 가장 좋은 출산방식인 것처럼 인식이 됐었죠. 만약 자연주의 출산 비용이 자연분만과 비슷하거나 무통주사를 맞으며 진통할 수 있다면 국내 자연분만 비율이 다소 높아졌을지 모르겠어요.
‘선택제왕이 자연분만에 비해 쉽고, 위험요소가 덜하다’라는 정의는 누가 만든 걸까요? 자연분만에 비해 출혈과 감염의 위험이 크고, 제왕절개로 반복해서 출산했을때는 자궁적출율이 자연분만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고, 전신마취의 경우 부작용을 겪을 수 있고, 두번째나 세번째 제왕절개로 이어질 가능성 높고, 자연분만에 비해 산모에게 더 위험하다는 걸 잘 알고 선택하셨음 좋겠어요.
| 출산 방식에 옳고 그름이 정해져 있진 않아요! 다만 준비는 필요해요
자연분만을 꼭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자연분만 방식이 더 옳다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출산방식을 선택하기 전에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의 장단점을 충분히 알아보고, 자연분만을 한다면 진통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대안들도 알아보고, 제왕절개를 하게 된다면 산전관리와 수술 후 회복과 후유증 관리를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아셨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선택제왕 하니까 아기 몸무게 신경쓰지 않고 먹고 싶은거 마음껏 먹어도 된다든지(이건 자기 학대 입니다.) 진통오면 안 되니까 꼼짝하지 말고 운동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면 안 된다는걸 아시길 바래요. 마찬가지로 자연분만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론 자연분만이 무조건 가능한 건 아니에요. 임신 중 건강한 식단도 챙겨먹고 운동도 꾸준하게 해서 임신 후 체형에 잘 적응하게 끔 해줘야 하죠. 임신 막달에는 골반운동도 잘 해줘서 아기가 자세를 잘 잡도록 도와줘야 하구요.
어떤 출산을 준비하든 산전관리는 기본!
출산공부, 제대로 된 정보로 결정하기!
결정하고 나면 자신의 몸을 믿고 따르기!
이거 3가지가 이 글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저나 여러분이 병원분만 방식을 바꿀 수도 자연주의 출산 비용을 낮출 수도, 선택제왕하려는 분을 제가 설득해서 자연분만 하세요 라고 말할 필요도 없어요. 어떤 산모가 그런 댓글을 썼더라구요. 자기는 선택제왕하려고 했는데 무통도 안맞고 자연분만으로 순산했다고. 이 분이 왜 선택제왕을 하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순산했다는 글로 봐서는 잘 낳으신거 같아요.
어떤 분은 내진이 너무 아파서 선택제왕을 고려하신다는 글을 봤어요. ‘산모가 원할 때를 제외하곤 내진을 하지 않고, 내진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자연주의 출산을 하시면 돼요’ 라고 댓글을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건 아닌거 같았죠. ‘내진’ 하나 때문에 자연주의 출산의 비용을 감당하거나 생각에 없던 자연주의 출산를 새삼 도전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간단해요! 자연분만이 하고 싶은데 정말 ‘내진’ 때문이라면 내진을 최대한 부드럽게 해달라거나 거부할 수 있거든요. 또, 무통주사 맞으면 별로 느껴지지도 않구요. 이런 내용을 모르시니 아마 이 분은 선택제왕을 택하실거고, 초산모라면 두번째도 제왕절개를 하게 되실 거 같아요. 너무 안타까워요.
저는 자연주의 출산을 위한 둘라에서 자연분만 산모를 위한 둘라로 이제 선택제왕을 고려하시는 분들에게 출산교육을 해보려고 합니다. 선택제왕을 고려하고 계신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선택제왕을 고려하게 된 맥락은 무엇인가요?
선택제왕 관련해서 궁금하거나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가요?